Paper note

현금 없는 이익의 함정

이익이 실제 현금이 아니라 회계상 발생액에 기댄 회사일수록 나중에 실망을 안겼다는, 이익의 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996Accrualsreadingintermediate
발생액 이상현상의 직관: 같은 이익이라도 현금 기반과 발생액 기반이 이후 갈라지는 대비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회사가 발표하는 이익 숫자는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뜯어보면 성질이 다릅니다. 일부는 실제로 들어온 현금이고, 일부는 아직 현금이 되지 않은 회계상의 추정, 즉 발생액(accruals)입니다. 매출로 잡았지만 아직 못 받은 돈, 미리 인식한 비용 절감, 재고나 감가상각의 시점 조정 같은 것들이 여기에 들어가요.

이 논문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같은 크기의 이익이라도 그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익이 현금보다 발생액에 크게 기대고 있으면, 그 이익은 겉보기만큼 튼튼하지 않을 수 있어요. Sloan은 이 직관을 미국 주식 전체 데이터로 정식으로 기록해, 오늘날 “발생액 이상현상”이라 불리는 팩터의 학문적 출발점을 만들었습니다.

The Strategy

전략의 뼈대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각 회사의 이익을 현금흐름 부분과 발생액 부분으로 쪼갭니다. Sloan은 발생액을 재무제표 항목(비현금 운전자본의 변화에서 감가상각을 뺀 값)으로 정의하고, 이를 총자산으로 나눠 크기를 표준화했어요. 그런 다음 매년 모든 종목을 발생액 비중에 따라 10개 분위(decile)로 줄 세웁니다.

핵심 포지션은 발생액이 가장 낮은 최하위 분위를 사고(롱) 가장 높은 최상위 분위를 파는(숏) 롱-숏 헤지 포트폴리오입니다. 이익이 현금에 기댄 회사를 사고, 발생액에 기댄 회사를 파는 셈이에요. 포트폴리오는 매년 한 번, 모든 회사가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난 뒤(원 논문은 회계연도 종료 4개월 후부터 수익률을 집계)에 재구성합니다.

경제적 직관은 이렇습니다. 발생액은 회계 규칙에 따른 추정과 시점 조정을 담고 있어 현금만큼 확실하지 않고, 평균으로 되돌아가려는(mean-reverting) 성질이 강합니다. 그래서 발생액 비중이 높은 이익은 다음 기에 이어지지 못하고 꺾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도 시장은 발표된 이익 숫자를 액면 그대로 믿는 듯 행동해, 발생액이 큰 회사를 실제 실력보다 후하게 평가했다가 나중에 실망하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이는 정보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예측과 어긋나는 대목입니다.

Reality Test

원 논문의 표본 기간은 미국 NYSE·AMEX 상장 종목 기준 약 1962년부터 1991년까지, 즉 30년입니다. 이 구간에서 발생액이 낮은 종목을 사고 높은 종목을 파는 헤지 포트폴리오는 형성 후 첫해에 **약 10.4%**의 규모조정(size-adjusted) 초과수익을 냈습니다. 더 인상적인 건 일관성인데, 30년 중 28년에서 이 초과수익이 양(+)이었어요. 다만 이 수치는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이라는 점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발생액 신호가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Sloan의 설명은 “지속성 착시”였습니다. 발생액에 기댄 이익은 현금에 기댄 이익보다 다음 해까지 이어지는 힘이 약한데, 시장은 마치 둘의 지속성이 같은 것처럼 가격을 매긴다는 것이죠. 개별 회사의 사연이 아니라, 발생액으로 정렬한 집단이 평균적으로 갈라졌다는 점이 이 발견의 핵심입니다.

발표 이후 검증은 엇갈립니다. 한 상용 백테스트 기준(약 1966–2003년, NYSE·AMEX·NASDAQ)으로는 연 약 7.5%, 샤프지수 약 0.34, 최대낙폭 약 −35.6%가 보고되지만, 같은 검증은 표본 밖(out-of-sample) 구간에서 성과가 오히려 음(−)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합니다. 국제적으로도 Pincus·Rajgopal·Venkatachalam(2007)은 20개국을 조사했지만 발생액 이상현상이 뚜렷이 나타난 곳은 **4개국(미국·호주·캐나다·영국)**뿐이었고, 그마저 발생액 회계를 폭넓게 허용하고 주주 보호가 약한 영미법(common-law) 계열 시장에 몰려 있었어요. “미국에서 강했으나 보편적이진 않다”가 균형 잡힌 요약입니다.

발생액의 되돌림: 발생액에 기댄 이익은 다음 기에 평균으로 되돌아가는 경향 (개념 도식).

Pain Points

(1) 계산과 데이터의 품. 발생액을 제대로 구하려면 재무제표의 운전자본 항목과 감가상각을 매년 손으로 다뤄야 합니다. 개인에게는 이 자체가 상당한 품이고, 지연·정정 공시 같은 데이터 문제도 따라붙어요.

(2) 하필 비싼 종목에 몰린 수익. Mashruwala·Rajgopal·Shevlin(2006)은 발생액 이상현상이 왜 차익거래로 사라지지 않는지를 파고들었는데, 결론은 극단적 발생액 분위의 종목들이 주가가 낮고 유동성이 얇으며 고유변동성이 큰 종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초과수익이 가장 큰 종목들이 하필 거래비용비드-애스크 스프레드가 가장 비싼 종목이라, 잦은 매매 비용을 빼고 나면 실현 가능한 순이익이 크게 얇아집니다. 매년 한 번 재구성이라 회전율이 모멘텀만큼 극단적이진 않지만, 숏 다리의 대여 비용과 접근성 제약은 개인에게 특히 부담이에요.

(3) 알려지자 옅어진 신호. Green·Hand·Soliman(2011)은 미국 시장에서 발생액 헤지 수익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양(+)이 아닐 만큼 옅어졌다고 보고했습니다. 원인으로는 신호 자체(극단 분위의 발생액 크기)가 줄어든 점과, 발생액 전략에 투입된 헤지펀드 자본과 극단 분위 종목의 거래량이 늘어난 점을 함께 꼽았어요. 대체로 2000년대 초반 이후 효과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진단입니다. 널리 알려진 이상현상이 데이터 스누핑이 아니더라도, 공개된 뒤 스스로 옅어질 수 있다는 대표 사례죠.

How It Connects Here

이 노트는 “발표된 숫자를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를 다루는 이 사이트의 축에 놓여 있어, 실적 발표 후 표류(PEAD)를 다룬 노트와 나란히 읽으면 시장이 회계 정보를 얼마나 꼼꼼히 소화하는지 그림이 함께 보입니다. 동시에, 설득력 있는 경고가 곧 개인이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라는 이 사이트의 태도와도 이어져요.

The Verdict

발생액 이상현상은 이익의 겉모습에 속지 말라는 값진 경고이고, 미국 30년 표본에서 약 10.4%·30년 중 28년 양(+)이라는 일관성은 분명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에는 거래비용 이전, 특정 표본, 영미법 시장 편중, 그리고 공개 이후 옅어짐이라는 단서가 겹겹이 붙어 있어요.

재무제표를 파고들며 주가 낮고 유동성 얇은 종목을 끊임없이 사고파는 일이 대부분의 개인에게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 수고와 비용이 단순 Buy and Hold보다 나은지가 진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