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실력인가 운인가를 가르는 잣대

펀드 수천 개의 성과 분포를 순전한 운의 분포와 겹쳐 보면, 진짜 실력이라 부를 만한 펀드는 아주 드물었습니다.

2010Fund Performancereadingadvanced
실제 펀드 성과 분포가 순전한 운의 분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아이디어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어떤 펀드는 시장을 이깁니다. 그런데 그게 실력일까요, 아니면 그냥 운일까요. 수천 명이 동전을 던지면 그중 몇 명은 앞면이 연달아 나오기 마련이에요. 뒤늦게 그 사람을 가리키며 “던지기의 달인”이라 부르는 건 쉽지만, 그건 실력의 증거가 아니라 표본이 크면 극단값이 나온다는 통계의 성질일 뿐입니다.

이 논문은 그 구분을 정면으로 시도한 대표적인 연구예요. “이긴 펀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실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데서 출발해, 미국 액티브 주식형 뮤추얼 펀드 전체의 성과가 순전한 운의 세계에서 나올 법한 폭보다 정말 더 넓은지를 통계로 따져 물었습니다.

The Strategy

이 논문이 제안하는 건 종목을 고르는 전략이 아니라, 실력을 판별하는 방법론입니다. 핵심은 비교 대상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있어요. 먼저 각 펀드의 수익률에서 시장·규모·가치 요인을 걷어내는 팩터 모형(파마-프렌치 3요인, 그리고 모멘텀을 더한 카하트 4요인)으로 알파, 즉 벤치마크 대비 초과 성과를 추정합니다. 여기까지는 성과 평가의 표준 절차예요.

진짜 아이디어는 그다음입니다. 만약 모든 펀드에 실력이 전혀 없다면(참 알파가 0이라면), 순전히 운만으로 알파 추정치가 얼마나 넓게 퍼질지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해요. 저자들은 실제 펀드 수익의 통계적 성질은 그대로 유지하되 참 알파만 0으로 강제한 가상 세계를 10,000번 붓스트랩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운의 분포”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실제 펀드들의 알파(정확히는 정밀도로 조정한 t값 분포) 전체를 이 운의 분포와 겹쳐 봅니다. 한두 개의 스타 펀드가 아니라 분포 전체의 모양, 특히 양쪽 꼬리를 본다는 게 이 방법의 핵심이에요. 두 분포가 거의 같다면, 눈에 띄는 승자들도 운으로 설명되는 셈입니다. 이 발상은 성과가 지속되는지만 보던 기존의 승자 추적 방식과 달리, “이 정도 승자는 운만으로도 몇 명 나오는가”라는 기준선을 세운 것이 특징입니다.

Reality Test

표본은 미국 액티브 주식형 뮤추얼 펀드 약 3,156개, 1984–2006년입니다. 결과는 두 층위로 나뉘는데, 이 구분이 논문 전체의 뼈대예요.

먼저 총수익(gross, 비용 차감 전) 기준입니다. 액티브 펀드 전체를 시가총액으로 묶은 포트폴리오의 알파는 벤치마크 대비 거의 0에 가까웠어요. 분포의 꼬리를 보면 실력의 흔적이 조금은 보입니다. 저자들은 참 알파의 표준편차를 연 약 1.25%(시뮬레이션상 대략 연 0.75%–1.75% 범위)로 추정했는데, 이는 알파가 연 1.25%(월 약 0.10%)를 넘는 펀드가 16% 미만, **연 2.50%(월 약 0.21%)를 넘는 펀드는 약 2.3%**에 불과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즉 비용을 빼기 전이라도 뚜렷한 실력은 소수의 꼬리에만 존재했어요.

문제는 순수익(net, 비용 차감 후) 으로 넘어가면 그 얇은 실력마저 지워진다는 점입니다. 액티브 펀드 전체는 순수익 기준으로 연 약 0.8%포인트만큼 벤치마크에 뒤졌고, 여기에 운용 보수를 다시 더해 보면 총알파는 연 약 0.1%포인트로 거의 0이었습니다. 4요인 기준 액티브 펀드 전체(시가총액 가중)의 순알파가 연 약 −1.00%(−100bp) 인데 평균 운용 보수연 약 1.2%(120bp) 라는 점이 이를 압축해서 보여줘요. 실력이 만들어 낸 성과가 딱 비용만큼 투자자의 손을 빠져나간 셈입니다. 시뮬레이션과 겹쳐 보면, 순수익 분포에서 운을 확실히 넘어서는 알파를 가진 펀드는 극단적인 상위 꼬리로 좁혀졌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미국 시장, 1984–2006년이라는 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값이라는 단서를 계속 붙여 둬야 해요. 이 논문은 국제 시장이나 이후 기간으로 확장한 연구가 아니라 미국 단일 표본을 다룬 것입니다. 방법론 자체를 재검토한 후속도 있는데, Harvey·Liu(2022)는 파마-프렌치식 붓스트랩이 표본을 과소추출해 실제로 존재하는 실력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조정된 방법으로 보면 실력의 증거가 Kosowski 등(2006)과 파마-프렌치(2010)의 결론 사이 어딘가에 놓인다고 보고했습니다. “비용을 빼면 실력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큰 그림은 유지되지만, 실력이 정확히 얼마나 희소한가는 방법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에요.

비용 쐐기: 총수익의 얇은 실력이 운용 보수만큼 밀려 순수익에서는 0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 (개념 도식).

Pain Points

(1) 사후 승자와 사전 선택의 간극. 개인이 마주치는 가장 큰 벽은, 지나고 나서 승자를 알아보는 것과 미리 승자를 고르는 것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논문의 계산에 따르면 실력으로 비용을 감당할 만한 펀드는 대략 상위 3% 수준으로 좁혀지는데, 이건 “이런 펀드가 존재한다”는 사후 통계일 뿐 “그 3%를 사전에 지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시카고 부스의 정리에 따르면 상위 10% 펀드의 함의 알파는 연 약 3.4%포인트, 상위 2%는 연 약 6.5%포인트에 이르지만, 이 화려한 숫자는 결과를 다 본 뒤에 뒤에서 세었기 때문에 나오는 값입니다.

(2) 비용이라는 상시적 마이너스. 이 논문의 냉정함은 비용을 특별한 위기가 아니라 매년 확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마이너스로 본다는 데 있어요. 평균 연 약 1.2%의 운용 보수에, 회전에서 오는 거래비용까지 더하면, 액티브 펀드는 출발선부터 벤치마크에 비용만큼 뒤진 채 경주를 시작합니다. 실력이 그 격차를 메우지 못하면 수수료는 고스란히 투자자 손실로 남아요. 상위 알파를 낸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펀드가 순수익 기준으로 음(−)의 참 알파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었습니다.

(3) 생존 편향과 착시. 성과가 나쁜 펀드는 조용히 청산되거나 합병되어 사라집니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펀드 목록만 훑어보면 액티브 운용이 실제보다 유능해 보이는 생존 편향이 끼어들어요. 이 논문이 특정 승자가 아니라 표본 전체의 긴 이력을 다루며 운의 분포와 겹쳐 본 이유도, 바로 이 착시와 데이터 스누핑을 걷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착시를 벗겨 낼수록, 개인이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실력의 증거는 오히려 더 희미해졌습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논문은 이 사이트가 “이긴 사람”보다 “미리 알아볼 수 있는가”를 묻는 이유와 정확히 맞닿아 있고, 승자의 성과표를 운의 분포와 겹쳐 보는 습관은 여기서 나옵니다. 비용을 빼면 실력이 지워진다는 결론은 저비용 인덱스 펀드 보유를 기본값으로 두는 태도, 그리고 패시브 투자를 다루는 다른 노트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The Verdict

승자는 늘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승리가 실력이었는지, 그리고 미리 알아볼 수 있었는지예요. 이 논문의 답은 둘 다 회의적입니다. 총수익 기준으로 실력의 흔적은 얇은 꼬리에 있었지만, 연 약 1.2%의 비용을 빼고 나면 그 실력은 투자자 손에 거의 남지 않았고, 액티브 펀드 전체는 순수익 기준으로 연 약 0.8%포인트 뒤졌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합리적 선택은 상위 3%의 승자를 사전에 맞히려 애쓰기보다, 이겨야 할 비용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기웁니다. 넓게 담고 가만히 두는 단순 보유가, 운과 실력을 값비싸게 가려내려는 시도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 노트의 판정이에요. 물론 실력이 아예 없다는 강한 주장은 아니고, 있어도 대부분 비용으로 사라지며 사전에 짚어내기 어렵다는 쪽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