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너무 크게 출렁인 주가

주가가 이후 배당의 흐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게 움직였다는, 과잉 변동성 논쟁의 시작입니다.

1981Market Efficiencyreadingadvanced
과잉 변동성의 직관: 매끄러운 가치선 주변에서 실제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대비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주식의 값어치는 결국 그 회사가 앞으로 나눠줄 배당의 흐름에서 나온다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주가는 그 미래 배당에 대한 사람들의 합리적 기대를 담은 숫자여야 해요. 그리고 여기엔 조용한 논리적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무언가를 “예측”한 값은 그 무언가의 실제 값보다 오히려 덜 출렁여야 한다는 거예요. 예측은 평균을 향해 매끄러워지기 때문입니다. 내일 날씨를 맞히려 애쓰는 예보는 실제 기온보다 잔잔하게 움직이지, 더 요란하게 튀지 않죠.

이 논문이 짚은 이상한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 주가는 나중에 진짜로 지급된 배당의 흐름이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게 출렁였어요. 예측값이 실제값보다 더 크게 흔들린 셈이라,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Shiller는 이 간극을 “과잉 변동성(excess volatility)“이라 불렀고, 이는 오늘날 행동재무학이라는 흐름의 출발점 중 하나가 되었어요.

The Strategy

이 논문은 사고파는 전략이 아니라, 시장이 합리적인지를 재는 하나의 검증 방법을 제안합니다. 핵심 도구는 “분산 한계 검정(variance-bounds test)“이에요. 논리는 이렇습니다. 만약 오늘의 가격 p가 미래 배당의 합리적 예측일 뿐이라면, 실제로 실현된 배당을 사후에 되짚어 계산한 “완벽한 예지의 가격” p*와 오늘 가격 사이에는 예측 오차만 존재해야 합니다. 통계학의 기본 성질상 예측값의 변동성은 실제값의 변동성을 넘을 수 없어요. 식으로는 σ(p) ≤ σ(p*)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Shiller는 두 개의 오래된 데이터로 이 부등식을 시험했어요. 하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종합주가지수를 약 1871–1979년까지 늘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을 손질한 1928–1979년 계열입니다. 각 계열을 장기 성장 추세로 나눠 추세를 제거한 뒤, 실제 가격의 출렁임과 이후 배당으로 되짚어 만든 p*의 출렁임을 나란히 비교했습니다.

만약 부등식이 지켜지면 시장은 대체로 미래 배당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셈이고, 크게 어긋나면 가격의 움직임 상당 부분이 배당 전망 바깥의 무언가(감정, 과잉 반응, 유행)에서 온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결과는 정보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된다는 단순한 효율적 시장 가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관찰이었어요.

Reality Test

결과는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습니다. S&P 계열(1871–1979)에서 실제 추세제거 가격의 표준편차 σ(p)는 약 50.1이었던 반면, 배당으로 되짚은 p*의 표준편차는 약 9.0에 그쳤어요. 즉 실제 가격이 이론적 한계보다 약 5.6배 더 출렁인 겁니다. 다우 계열(1928–1979)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σ(p) 약 356 대 σ(p*) 약 26.8로, 약 13배에 달했습니다. 논문 스스로 결론에서 이를 “지난 한 세기의 주가 변동성이 약 5–13배 지나치게 높았다”고 요약했어요.

이 격차가 얼마나 극단적인지는 대공황이 보여줍니다. 이 시기 실제 배당은 장기 추세 대비 약 10–25%(S&P 기준, 다우 기준으로는 약 16–38%) 낮아지는 데 그쳤는데, 정작 주가는 1929년 고점에서 1932년 저점까지 그보다 훨씬 크게 무너졌어요. 배당의 실제 흐름만으로는 그 폭락을 정당화하기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특정 지수·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것이고, 여러 통계적 가정 위에 서 있다는 단서를 계속 붙여야 합니다.

실제로 이 논문은 발표 직후 거센 반박을 받았어요. Kleidon(1986), Marsh·Merton(1986), Flavin(1983)은 주가와 배당이 “비정상(non-stationary)” 시계열이라면 Shiller가 쓴 추세제거와 분산 한계 계산이 통계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표본-내 한계는 실제 약점이었고, 그래서 이후 Campbell·Shiller의 배당-가격 비율 회귀나 VAR 기반의 2세대 검정들이 이 비판을 우회하도록 다시 설계되었어요. 표본 밖 재현도 이어졌습니다. Caraiani·Anghel(2021)은 1963–2018년으로 표본을 갱신해 다시 계산했을 때 과잉 변동성이 “여전히 강하지만 원 논문 대비 약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편 Fama(1991)는 이 변동성 검정들이 시장의 비효율을 증명한다기보다 “기대수익률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읽어야 한다는, 효율적 시장 진영의 대안적 해석을 남겼어요. 요약하면 “과잉 변동성이라는 관찰 자체는 오래 살아남았으나, 그것이 곧 시장의 비합리를 뜻하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 균형 잡힌 정리입니다.

분산 한계의 직관: 배당이 허락하는 좁은 변동 통로를 실제 가격이 크게 이탈 (개념 도식).

Pain Points

첫 번째 함정은 이 논문이 매매 신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잉 변동성은 한 세기 치 데이터를 사후에 모아 관찰한 통계적 성질이지, “지금 싸다·비싸다”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지표가 아니에요. 가격이 근본 가치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이탈이 언제 되돌아올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평균 회귀는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때로는 십 년 단위로 늦게 오기도 해요.

두 번째는 차익거래의 한계입니다. 설령 시장이 과하게 부풀었다고 확신해도, 그 확신을 돈으로 바꾸려면 되돌림이 올 때까지 반대 포지션의 손실과 자금 압박을 견뎌야 합니다. 대공황 국면처럼 가격이 배당이 정당화하는 수준을 한참 넘어 무너지는 구간에서, 밸류에이션만 믿고 미리 움직인 투자자는 정작 되돌림이 오기 전에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기 쉬워요. “가격은 틀렸다”와 “그래서 내가 이득을 본다” 사이에는 큰 실행 간극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데이터 자체의 한계예요. 앞서 본 비정상성 비판처럼, 100년 넘는 긴 표본에서 얻은 극적인 배수(5–13배)는 표본 선택과 추세제거 방식에 민감합니다. 표본을 갱신하면 격차가 약 3분의 1 줄었다는 재현 결과가 그 점을 보여줘요. 이 논문의 숫자를 “시장이 늘 이만큼 틀린다”는 항상성 있는 법칙으로 받아들이면 일종의 데이터 스누핑에 가까운 과잉 해석이 됩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노트는 이 사이트가 “시장은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을 다룰 때 효율적 시장을 옹호하는 연구들의 반대편 목소리로 삼는 글입니다. 동시에 “가격이 과하게 흔들린다는 사실이 곧 그 흔들림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차익거래의 한계 노트의 태도와도 곧장 이어져요.

The Verdict

가격이 근본 가치보다 5–13배나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찰은 시장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합니다. 하지만 그 겸손이 잦은 매매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논문이 알려주는 것은 “언제 사고팔지”가 아니라, 가격이 근본과 무관하게 크게 흔들릴 수 있으니 그 출렁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 관찰의 실천적 결론은 역설적으로 단순 보유 쪽에 가깝습니다. 큰 출렁임 속에서 신호가 아닌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 인내가 Buy and Hold보다 쉬운지가 진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