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가치주가 이긴 진짜 이유
싼 주식이 인기주를 앞선 것은 위험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를 과하게 낙관·비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In Plain Terms
시장에는 모두가 좋아하는 인기주(글래머)가 있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싼 주식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데이터는 그 싼 주식들이 평균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말해 왔어요. 이 논문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싼 주식이 더 위험해서 그만큼 보상을 받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그냥 값을 잘못 매기는 것일까요.
저자들은 후자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을 말이 아니라 숫자로 밀어붙였다는 점이 이 논문의 핵심이에요. 여러 가치 지표로 미국 주식을 줄 세워 보니 싼 쪽이 비싼 쪽을 큰 폭으로 앞섰고, 그 차이가 위험 프리미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보였습니다. 오늘날 “가치는 위험이 아니라 심리에서 온다”는 행동재무학 쪽 가치 프리미엄 해석의 대표 근거로 자리 잡은 글입니다.
The Strategy
전략의 뼈대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종목을 싼 정도로 줄 세웁니다. 저자들은 장부가/시가(B/M), 현금흐름/주가(C/P), 이익/주가(E/P) 같은 여러 지표를 각각 써서 종목을 10개 분위(decile)로 나눴어요. 가장 싼 최상위 분위가 가치주, 가장 비싼 최하위 분위가 글래머입니다. 그런 다음 포트폴리오를 5년간 보유하며 매년 한 번만 소폭 재조정하는, 회전이 느린 구조로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여기서 이 논문만의 결정적 한 수가 나옵니다. 저자들은 “싸다”만으로는 진짜 소외주와 잠깐 부진한 우량주가 뒤섞인다고 봤어요. 그래서 현재의 저평가 지표(C/P, E/P)와 과거 성장률(과거 매출성장 GS)을 함께 써서 종목을 3구간(하위 30%·중위 40%·상위 30%)으로 이중 정렬했습니다. 과거에 잘나갔고 지금도 비싼 종목이 진짜 글래머, 과거에 부진했고 지금도 싼 종목이 진짜 가치주라는 정의예요. 이 C/P × GS 조합을 저자들은 스스로 가장 선호하는 역발상 전략이라고 불렀습니다.
핵심 논리는 평균회귀입니다. 사람들은 잘나가던 회사가 계속 잘나갈 것이라 과하게 기대하고, 부진한 회사는 계속 부진할 것이라 과하게 비관해요. 이렇게 과거 추세를 미래로 지나치게 연장(extrapolation)하는 습관이 글래머를 비싸게, 가치주를 싸게 만듭니다. 그런데 실제 성장률은 기대만큼 벌어지지 않고 가운데로 되돌아오죠. 그 어긋남이 바로 가치주의 초과수익이라는 것이 논문의 설명입니다.
Reality Test
표본은 미국 NYSE·AMEX 상장 종목으로, 매년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형성 연도 1968–1989년(수천 개 종목), 수익률 측정 구간은 대략 1968년 4월–1990년 4월입니다. 결과의 크기는 상당했어요. 가장 단순한 B/M 정렬만 봐도, 가장 비싼 글래머 10분위의 5년 누적 수익은 약 56.0%(연 약 9.3%)인 반면 가장 싼 가치 10분위는 약 146.2%(연 약 19.8%)로, 연 약 10.5%포인트의 격차가 났습니다. 규모(사이즈) 효과를 제거한 초과수익 기준으로도 글래머 약 −4.3%, 가치 약 +3.5%로 연 약 7.8%포인트 차이가 남았어요.
싼 정도를 재는 지표를 바꿔도 방향은 같았습니다. C/P 정렬은 글래머 대비 가치의 규모조정 초과수익 격차가 연 약 8.8%포인트, E/P 정렬은 약 5.4%포인트였고, 저자들이 선호한 C/P × GS 이중 정렬은 글래머 약 −3.3% 대 가치 약 +5.4%로 연 약 8.7%포인트, 5년 누적으로는 원시수익 기준 약 99.9%포인트 벌어졌습니다. 저자 요약대로 이론적으로 잘 짠 가치 전략의 초과수익은 대체로 연 7–8% 수준이었어요. 다만 이 숫자들은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이라는 단서를 계속 붙여야 합니다.
논문의 진짜 무게중심은 “그래서 이게 위험 때문인가”를 따진 대목입니다. 저자들은 가치주가 정말 나쁜 시기에 더 크게 무너지는지를 직접 확인했어요. 5년 보유 기준으로 가치가 글래머에 뒤진 구간은 C/P·B/M·C/P × GS 정렬에서 단 한 번도 없었고(GS 단독 정렬만 22개 형성연도 중 2번), NBER가 지정한 표본 내 네 번의 경기침체에서도 가치가 더 나쁘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가장 크게 빠진 최악의 25개월 동안에도 C/P × GS 가치 포트폴리오는 평균 약 −8.6%로, 글래머의 약 −10.3%보다 덜 잃었어요. 베타는 가치가 글래머보다 약 0.1 높았지만, 저자 계산으로 그 차이가 설명할 수 있는 초과수익은 연 최대 1% 남짓이라 7–8%포인트의 격차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즉 통상적 위험 지표로는 이 프리미엄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결론이에요.
발표 이후 검증도 대체로 버텼습니다. Fama·French(1998)는 1975–1995년 13개 주요 시장 중 12개에서 가치가 성장을 앞섰고 글로벌 가치–성장 격차가 **연 약 7.68%**였다고 보고해 국제적 강건성을 더했어요. 저자들 스스로도 데이터 스누핑 가능성을 정면으로 언급하며, 결과가 표본만의 우연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Pain Points
(1) 심리 해석이 맞아도 실행은 반대편이 고통스럽습니다. 이 논문의 논리를 뒤집으면, 가치가 작동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 반대로 행동하기 때문이에요. 소외된 주식을 사는 순간부터 인기주가 계속 오르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시간이 길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논문 안에서도 1년 horizon에서는 가치가 글래머에 진 해가 정렬 방식에 따라 22년 중 3–9번 있었어요. 5년을 온전히 버텨야 비로소 “거의 항상 이겼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2) 실제로 여러 해짜리 가뭄이 있었습니다. 논문 이후가 특히 그랬어요. Fama·French식 롱-숏 가치 팩터(HML)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약 −54.8%(연 약 −6.2%)의 최대낙폭을 겪었는데, 이는 데이터가 시작되는 1963년 이후 가치가 견딘 가장 길고 깊은 하락 구간이었습니다(출처: Research Affiliates, 2020). 논문의 심리 해석이 옳더라도, 이런 십수 년짜리 부진을 개인이 끝까지 견딜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예요.
(3) 논문의 숫자와 개인이 잡는 상품은 다릅니다. 논문의 초과수익은 거래비용 이전 총수익이고, 가장 강한 결과는 소형·저유동성 종목까지 포함한 표본에서 나왔습니다. 모멘텀만큼은 아니어도 매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회전율과 비용, 세금이 총수익과 순수익의 간극을 벌립니다. 게다가 저자들이 측정한 C/P × GS 프리미엄은 글래머를 파는 롱-숏 구조에서 나온 값인데, 개인이 접근하는 가치 ETF는 대개 싼 주식만 담는 롱온리라 시장 방향에 그대로 노출되고 성격도 다릅니다. 백테스트에 찍힌 논문의 숫자를 롱온리 상품이 그대로 재현할 것이라 기대하면 안 돼요.
How It Connects Here
이 노트는 이 사이트가 “가치”를 위험이 아니라 심리의 관점에서 볼 때 근거로 삼는 글입니다. De Bondt·Thaler의 과잉 반응 노트, 그리고 같은 저평가 신호를 반대 방향에서 다루는 모멘텀 노트와 나란히 놓으면, 왜 가치가 작동하는가에 대한 행동재무학의 답과 그 실행의 어려움이 함께 또렷해져요.
The Verdict
가치가 심리에서 온다는 이 논문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고, 국제적으로도 대체로 재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연 7–10%라는 격차에는 거래비용 이전, 특정 표본, 상당 부분 롱-숏 구조라는 단서가 겹겹이 붙어 있어요. 그리고 이유를 안다고 해서 그 전략이 쉬워지지는 않습니다.
군중과 반대편에 서서 몇 년, 때로는 십수 년을 버티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2007–2020년의 가뭄을 온전히 견딘 개인은 드물었어요. 그 인내가 단순한 Buy and Hold보다 정말 쉬운지가 이 노트가 남기는 진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