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여러 시장의 캐리
그냥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생기는 수익, 캐리가 주식·채권·통화·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공통으로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In Plain Terms
어떤 자산은 값이 오르지 않고 그대로여도, 그냥 들고 있는 것만으로 수익이 생깁니다. 배당이나 이자처럼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보유에서 나오는 몫”을 이 논문은 넓게 캐리라고 부릅니다. 원래 이 개념은 통화 시장에서 두 나라 금리 차이를 노리는 캐리 트레이드로만 주로 연구돼 왔어요.
이 논문의 새로움은 그 개념을 통화 하나가 아니라 주식, 채권, 원자재, 미국 국채, 크레딧, 심지어 옵션까지 여러 자산군에 똑같은 정의로 적용해 본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곳에서 캐리가 이후 수익을 설명하는 공통된 예측 요소로 나타났다고 정리해요.
The Strategy
핵심 아이디어는 어떤 자산의 기대수익을 “캐리 + 기대되는 가격 변화”로 쪼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캐리는 선물(또는 합성 선물) 가격만 보면 모형 없이도 미리 관찰되는 값이라는 점이 특별해요. 예를 들어 채권의 캐리는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에, 원자재의 캐리는 베이시스(현물과 선물의 차이)에, 주식의 캐리는 선행 배당수익률에 각각 대응합니다. 이름은 달라도 하나의 틀로 묶인다는 게 저자들의 메시지예요.
실제 전략은 각 자산군 안에서 캐리가 높은 것을 사고 낮은 것을 파는 롱-숏 구조입니다. 여기에 여러 자산군의 캐리 포트폴리오를 각자의 변동성으로 나눠 비슷한 비중으로 한데 묶은 “글로벌 캐리 팩터”를 만듭니다. 서로 다른 시장의 캐리를 하나로 분산해 담는 셈이죠. 논문은 매달 신호를 갱신하는 방식(carry1m) 외에, 신호를 지난 12개월 평균으로 완만하게 만들어 회전율을 줄인 방식(carry1–12)도 함께 검토합니다.
Reality Test
검증의 넓이가 이 연구의 특징입니다. 자산군마다 데이터가 시작되는 시점이 달라서, 미국 국채는 약 1971년 8월부터, 미국 크레딧은 약 1973년부터, 원자재는 약 1980년부터, 글로벌 국채는 약 1983년 11월부터, 통화 선도계약은 약 1983년 11월부터(일부는 1997년 이후), 주식 지수선물은 약 1988년 3월부터, 지수 옵션은 약 1996년부터 시작해 대체로 2012년 9월까지 이어집니다.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이렇게 여러 창을 나란히 놓고 같은 정의를 적용했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숫자로 보면, 각 자산군 안에서 캐리 롱-숏 전략은 평균적으로 연 샤프지수 약 0.8(약 0.78) 수준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 캐리 전략들을 여러 자산군에 걸쳐 한데 묶은 분산된 글로벌 캐리 팩터는 샤프지수가 약 1.2까지 올라갔어요. 같은 자산군들을 그냥 사서 들고만 있는 수동적 노출의 샤프지수가 약 0.13에 그친 것과 대비됩니다. 회전율을 줄인 12개월 평균 신호 방식(carry1–12)도 회전율을 크게 낮추면서 글로벌 샤프지수 약 1.1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모두 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 기준이라는 점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해요.
주의할 점은, 통화 캐리 하면 흔히 떠올리는 “평소 조용하다 폭락하는” 음(−)의 왜도가 모든 캐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주식·국채·크레딧 캐리는 양(+)의 왜도를 보였고, 자산군을 모두 합친 글로벌 캐리 팩터의 왜도는 거의 0에 가까웠어요. 대신 모든 캐리 전략이 두꺼운 꼬리(초과 첨도)를 가졌는데, 분산된 글로벌 캐리 팩터의 첨도는 약 5.40이었습니다. 즉 급락 위험이 사라진 게 아니라, 왜도라는 지표에는 잘 안 잡히고 드물게 큰 손익으로 나타난다는 뜻이에요.
Pain Points
가장 큰 함정은 평소의 꾸준함 뒤에 숨은 공통 급락입니다. 논문은 부록에서 글로벌 캐리 팩터의 최대낙폭을 따로 분석했는데, 표본(약 1972–2012년) 안에서 가장 크고 오래간 세 번의 “캐리 드로다운”은 약 1972년 8월–1975년 9월, 1980년 3월–1982년 6월, 2008년 8월–2009년 2월이었습니다(그다음이 1997년 5월–1998년 10월). 이 시기들은 모두 글로벌 경기 침체나 유동성·변동성 위기와 겹쳤어요. 평소 서로 무관해 보이던 여러 자산군의 캐리가 하필 이런 국면에서 다 함께, 그것도 같은 시장을 그냥 보유한 것보다 더 나쁘게 무너졌다는 게 핵심입니다. 여러 시장에 분산했으니 안전하다는 기대가 위기 때 가장 배신당하는 지점이죠.
거래비용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캐리는 순위가 자주 바뀌어 회전율이 구조적으로 높은 편이에요. 예컨대 매달 갱신하는 주식 캐리(carry1m)의 연 회전율은 약 6.2배였고, 12개월 평균 방식으로 바꾸면 약 1.4배로 4배가량 줄었습니다. 논문은 현실적인 거래비용 추정치를 적용해도 주식·글로벌 채권·국채·원자재·통화의 캐리는 여전히 순수익이 양(+)으로 남는다고 보고했지만, 옵션은 사정이 달랐어요. 매수콜 옵션 캐리는 반(半)스프레드 한 번만 가정해도 샤프지수가 이미 음(−)으로 뒤집혔고, 풋옵션 캐리는 반스프레드 한 번까지는 양(+)을 유지했지만 그 두 배·다섯 배 비용에서는 음(−)으로 돌아섰습니다. 게다가 이 비용 추정은 유동성 좋은 선물·기관 체결을 전제로 한 것이라, 개인의 실제 수수료·체결 조건에서는 총수익과 순수익의 간극이 논문 숫자보다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현 자체가 개인의 영역을 벗어납니다. 여러 자산군의 선물·선도·옵션을 동시에 롱-숏으로 운용하려면 레버리지와 증거금 관리, 잦은 재조정이 필요하고, 논문의 백테스트 숫자는 이 모든 마찰이 잘 통제된 이상적 환경에서 나온 값이에요. 특정 표본에서 측정된 성과라는 데이터 스누핑의 여지도 늘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논문은 가치와 모멘텀이 여러 시장과 자산군에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연구(Asness·Moskowitz·Pedersen)와 나란히 놓으면, “자산군을 관통하는 공통 요인과 그 뒤의 공통 위험”이라는 이 사이트의 큰 그림을 완성합니다. 동시에, 평소 꾸준해 보이는 수익원일수록 숨은 급락을 의심해야 한다는 태도와도 곧장 이어져요.
The Verdict
캐리는 서로 무관해 보이던 여러 시장을 하나의 언어로 잇는 아름답고 견고한 개념이고, 분산된 글로벌 캐리 팩터의 약 1.2라는 샤프지수는 학문적으로 인상적인 숫자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에는 거래비용 이전, 특정 표본, 롱-숏 구조라는 단서가 겹겹이 붙어 있어요.
더 중요한 건, 그 꾸준함 뒤에 여러 자산군이 위기 때 한꺼번에 무너지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드로다운이 깔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복잡한 전략을 개인이 실제로 구현하고, 몇 년에 걸친 공통 급락을 감정적으로 견디는 일이 Buy and Hold보다 정말 나은지가 진짜 질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