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펀드는 시장을 이겼을까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도 비용을 빼면 평균적으로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는 오래된 성적표입니다.
In Plain Terms
돈을 내고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면, 최소한 시장 평균보다는 나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은 그 기대를 정면으로 검사한 초기 대표 연구예요. 단순히 “얼마 벌었나”만 보지 않고, 그 수익을 내기 위해 얼마나 큰 시장 위험을 짊어졌는지를 먼저 감안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방법의 공정함이 이 논문을 고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위험을 감안하고도 남는 것이 있어야 진짜 실력이라고 보는 이 사고방식에서 알파라는 성과 평가 언어가 나왔어요. 오늘날 “젠센의 알파”라고 불리는 그 개념의 출발점이 바로 이 연구입니다.
The Strategy
여기서 저자가 검사하는 대상은 어떤 매매 전략이 아니라 액티브 운용 그 자체의 가치입니다. 논리의 뼈대는 CAPM이에요. 어떤 펀드가 시장 위험, 즉 베타를 얼마나 짊어졌는지 알면, 그 위험에 걸맞은 기대수익이 이론적으로 정해집니다. 펀드의 실제 수익에서 이 “위험값 기대수익”을 빼고 남는 상수항이 알파예요.
알파가 양수면 위험으로 설명되지 않는 예측 능력을 더한 것이고, 0이면 딱 위험에 걸맞은 만큼만 번 것이며, 음수면 위험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뒤처진 것입니다. 저자는 각 펀드의 연간 수익률을 시장 초과수익에 회귀시켜 이 절편(알파)을 추정했고, 회귀식이 대체로 잘 맞았습니다. 펀드별 평균 결정계수(R²)는 약 0.865로, 펀드 수익의 대부분이 단순한 시장 노출만으로 설명됐다는 뜻이에요.
한 가지 중요한 설계는 비용을 빼기 전(gross)과 뺀 뒤(net)를 나눠서 본다는 점입니다. 순수익 알파가 낮은 건 어쩌면 운용보수와 매매 수수료 탓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자는 운용 비용을 도로 더한 총수익 기준으로도 알파를 다시 계산해, “비용만 아니었다면 실력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따로 답하려 했습니다. 이 구분이 뒤의 결론을 특히 냉정하게 만듭니다.
Reality Test
표본은 미국 오픈엔드 뮤추얼 펀드 115개, 기간은 1945–1964년의 20년입니다(펀드마다 이용 가능한 연수는 10–20년으로 달랐어요). 결과부터 말하면, 순수익 기준 평균 알파는 연 약 −1.1%(−0.011, 연속복리 기준)였습니다. 위험을 감안하고 나면 평균적인 펀드가 시장을 이기기는커녕 매년 1%가량 뒤처졌다는 뜻이에요. 115개 중 76개가 음(−)의 알파, 39개만 양(+)의 알파였고, 분포가 왼쪽(마이너스)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 논문의 가장 유명한 반전이 나옵니다. “비용 때문에 진 것 아니냐”는 반론을 막기 위해, 저자는 운용보수를 도로 더한 총수익(gross) 기준으로 다시 계산했어요. 그런데도 평균 알파는 연 약 −0.4%(−0.004)로 여전히 마이너스였고, 이때도 115개 중 67개가 음의 알파였습니다. 즉 매매 수수료(브로커리지)만 빼고 다른 비용을 전부 공짜로 줬는데도, 펀드들은 매매 활동으로 그 수수료조차 벌어 메우지 못한 셈이에요. “비용만 아니었다면 실력이 있었다”기보다, 비용을 빼기 전에도 예측 능력의 증거가 약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통계적 유의성도 실력 쪽에 서지 않았습니다. 개별 펀드의 t값을 보면 **14개 펀드가 5% 수준에서 유의하게 음(−)**이었던 반면, 유의하게 양(+)인 펀드는 3개뿐이었어요. 게다가 젠센은 모든 펀드의 진짜 알파가 0이더라도 순전히 우연만으로 5% 수준에서 유의한 펀드가 약 5–6개는 나올 것이라 지적했는데, 실제 유의한 양의 펀드 수는 그 기대치보다도 적었습니다. 우연으로 기대되는 것 이상으로 꾸준히 잘한 개별 펀드의 증거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백테스트와 마찬가지로 in-sample) 측정된 값이고, 당시 자료 한계로 브로커리지 비용은 총수익에 도로 더하지 못했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발표 이후 검증도 결론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Fama·French(2010)는 1984–2006년 미국 액티브 주식형 펀드 전체를 묶어 보니 순수익 기준으로 벤치마크에 연 약 0.8%포인트 뒤처졌고, 이 격차가 대략 운용 비용만큼이라고 보고했어요. S&P Dow Jones의 SPIVA 집계에서도 20년 장기 구간에서는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의 약 90% 이상이 벤치마크를 밑돌았습니다. 반세기 전 젠센이 좁은 표본에서 발견한 패턴이, 훨씬 넓은 표본과 최근 기간에서도 대체로 반복된 셈이에요.
Pain Points
(1)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음. 이 논문의 함의를 개인이 실전에서 쓰려면 보통 “알파가 높았던 펀드”를 고르게 됩니다. 그런데 젠센이 보여준 건, 좋은 알파가 대체로 우연과 구분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유의하게 양의 알파를 낸 펀드가 우연으로 기대되는 수보다도 적었다는 건, 지난 승자를 골라도 그 승리가 반복될 이유가 약하다는 뜻입니다.
(2) 비용은 확실한데 실력은 불확실함. 이 성적표의 진짜 교훈은 비대칭입니다. 운용보수와 거래비용은 성과와 무관하게 매년 확정적으로 빠져나가지만, 그 비용을 메울 예측 능력은 평균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어요. 총수익 기준으로도 평균 알파가 연 약 −0.4%였다는 사실은, 개인이 비용이 더 비싼 상품을 고를수록 시작선이 그만큼 더 뒤로 물러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3) 생존 편향이라는 착시. 오늘 보이는 펀드 목록만 놓고 평균을 내면 실제보다 좋아 보입니다. 성과가 나쁜 펀드는 조용히 청산되거나 합병돼 사라지고 살아남은 펀드만 남기 때문이에요(생존 편향). 젠센의 표본조차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데, 그렇다면 실제로 존재했던 펀드 전체의 평균 성과는 이 논문 숫자보다 더 나빴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개인이 마주하는 진짜 질문은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그 승리가 미리 알아볼 수 있고 반복 가능한가”예요.
How It Connects Here
이 사이트가 어떤 전략을 볼 때 “위험을 감안하고도 남는 것이 있는가”를 먼저 묻는 습관은 여기서 나온 알파의 사고방식과 같고, 화려한 수익률 숫자를 그대로 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논문은 이후 액티브 운용과 패시브 투자를 가르는 논쟁, 그리고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실증으로 시험한 흐름의 출발점 역할을 해요.
The Verdict
이 논문의 함의는 불편하지만 단순합니다. 실력을 사는 값이 비싸면, 설령 실력이 있어도 손에 남는 것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더 나아가 젠센의 표본에서는 비용을 빼기 전에도 그 실력의 증거가 뚜렷하지 않았고, 이 패턴은 반세기 뒤 훨씬 넓은 표본에서도 대체로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단순 보유(Buy and Hold)와 비교하면, 액티브 운용은 “더 벌 수도 있는 기회”라기보다 “비용이라는 확실한 마이너스를 안고 시작하는 내기”에 가깝습니다. 개인에게 가장 안전한 기본값이 저비용 인덱스 펀드로 넓게 담고 가만히 두는 쪽인 이유는, 애초에 이겨야 할 비용 자체를 크게 줄여 시작선을 앞으로 당기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