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많이 사고팔수록 나빠진 성적
가장 자주 거래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른 뒤 가장 낮은 성과를 얻는 경향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In Plain Terms
투자를 잘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흔합니다. 좋은 종목으로 갈아타고 흐름에 맞춰 사고팔면 더 나은 성과가 날 것 같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논문은 가상의 전략을 시험한 게 아니라, 실제 개인들이 증권 계좌에서 무엇을 사고팔았는지를 대규모로 들여다봤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결과는 직관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미국의 한 대형 할인 증권사 계좌에서 가장 부지런히 사고판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나쁜 성적을 거뒀거든요. 종목을 고르는 눈이 특별히 나빴다기보다,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거래비용으로 쌓여 성과를 갉아먹은 것입니다. 부지런함이 성과가 아니라 비용으로 돌아온 셈이에요.
The Strategy
이 논문은 “이렇게 매매하라”는 전략을 제안하는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 사람들의 매매 행동을 관찰해서, 활동량과 성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연구예요. 분석의 뼈대는 개인 투자자들을 회전율, 즉 얼마나 자주 포트폴리오를 갈아치웠는지에 따라 다섯 그룹(5분위)으로 줄 세우는 것입니다. 거의 손대지 않은 사람들부터 쉴 새 없이 사고판 사람들까지 나눈 거예요.
핵심 장치는 성과를 두 겹으로 나눠 본 것입니다. 하나는 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gross), 다른 하나는 수수료와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를 모두 반영한 순수익(net) 이에요. 만약 자주 거래한 사람들이 종목 선택 실력이 나빠서 뒤처진 거라면 총수익에서부터 차이가 나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총수익은 그룹 간에 큰 차이가 없었고, 오직 비용을 반영한 순수익에서만 격차가 벌어졌어요. 이 대비가 논문의 핵심 논증입니다. 저자들은 이 패턴을 과신으로 설명해요. 자기 판단을 과도하게 믿는 사람일수록 더 자주 손을 대고, 그 잦은 매매가 곧 비용이 되어 스스로를 벌준다는 것입니다.
Reality Test
표본은 미국의 한 대형 할인 증권사에 계좌를 둔 66,465 가구이고, 기간은 약 1991–1996년(정확히는 1991년 2월–1997년 1월)입니다. 실제 계좌 데이터라 가상의 백테스트가 아니라는 점이 이 연구의 힘이에요.
가장 선명한 숫자는 이렇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거래한 사람들은 비용 차감 후 연 약 11.4% 를 얻은 반면, 같은 기간 시장(가치가중 지수)은 연 약 17.9% 를 냈습니다. 평균적인 가구는 연 약 16.4% 를 벌어 시장에 못 미쳤고, 포트폴리오를 연 약 75% 씩 갈아치웠어요. 결정적으로, 자주 거래한 그룹과 뜸하게 거래한 그룹의 총수익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비용을 반영한 순수익에서는 자주 거래한 쪽이 연 약 11.4%, 뜸하게 거래한 쪽이 연 약 18.5% 로 갈렸습니다. 무려 약 7%포인트 의 격차가 오로지 매매 활동에서 비롯된 거예요. 이 숫자들은 특정 증권사·특정 기간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값이고, 마침 1990년대 중반의 강세장이라 절대 수익률 자체는 높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총수익과 순수익을 나란히 두면 그림이 더 분명해집니다. 평균 가구의 총수익은 연 약 18.7%, 전체 가구를 합산한 총수익은 연 약 18.2% 로 시장(약 17.9%)과 거의 붙어 있었어요. 즉 개인들이 고른 종목 자체는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비용을 빼고 나면 평균 가구는 약 16.4%, 합산 기준으로는 약 16.7%로 내려앉았습니다. 실력이 아니라 비용이 성과를 깎은 것입니다.
Pain Points
(1) 회전율과 거래비용. 가장 큰 고통은 회전율입니다. 가장 활발한 5분위 가구는 연 약 258%(논문 표현으로는 250%를 넘는) 회전율을 기록했어요. 포트폴리오를 한 해에 두세 번 통째로 갈아치운 셈입니다. 저자들이 추정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1,000달러가 넘는 왕복 거래 한 번에 수수료로 약 3%,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로 약 1% 가 나갔습니다. 왕복 한 번에 약 4%인데 회전율이 250%를 넘으면, 매매만으로 매년 상당한 수익률이 그냥 증발하는 구조예요.
(2) 개인이라는 조건 자체가 함정. 이 논문의 무서운 점은, 특정 시장 국면의 최대낙폭 같은 외부 사건이 아니라 투자자 자신의 습관이 성과를 깎았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해야 안심하고, 가만히 있으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불안해합니다. 그 불안과 과신이 잦은 매매로 이어지고, 매번의 거래가 비용을 남깁니다. 문제는 종목 선택 실력이 아니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습관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3) 오늘날엔 더 벌어질 수 있는 간극. 1990년대의 이 표본은 수수료가 비싸던 시절이라, 오늘날 무료 수수료 앱을 쓰면 상황이 나아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명시적 수수료만이 아니라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 세금, 그리고 잦은 매매가 유발하는 판단 실수까지 포함해요. 오히려 거래가 더 쉬워진 환경은 이 논문이 지목한 “과도한 활동”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논문은 이 사이트가 저비용 벤치마크를 그저 담고 견디라고 말할 때, 그 근거의 상당 부분을 실제 계좌 데이터로 증명하는 자료입니다. 수많은 이론 노트가 “이기기 어렵다”를 말한다면, 이 노트는 “많이 시도할수록 실제로 더 나빠졌다”를 사람들의 계좌로 보여 줍니다.
The Verdict
가장 활발히 거래한 사람과 뜸하게 거래한 사람의 격차가 연 약 7%포인트, 그것도 종목 실력이 아니라 순전히 비용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수동 투자의 강력한 실증적 변호입니다. 매수 후 그냥 보유한 쪽이 이겼거든요.
역설적이게도 성과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덜 사고 덜 파는 것입니다. 이 논문의 결론은 이 사이트의 이름과 곧바로 이어져요. 가장 어려운 전략은 화려한 매매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견디는 것입니다. 부지런함이 미덕이 아닌 유일한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매매 버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