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덜 팔리는 것의 대가

쉽게 사고팔기 어려운 주식일수록 더 높은 기대 수익을 요구받았다는, 비유동성 프리미엄 이야기입니다.

2002Liquidityreadingadvanced
비유동성 프리미엄의 직관: 거래가 어려울수록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관계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어떤 주식은 언제든 원하는 값 가까이에서 사고팔 수 있지만, 어떤 주식은 조금만 사려 해도 값이 크게 튀어 오릅니다. 뒤쪽을 두고 유동성이 낮다고 말해요. 거래 상대를 찾기 어렵고, 급하게 처분하려면 제값보다 깎아야 하는 주식입니다.

이 논문은 그렇게 거래가 불편한 주식일수록 투자자가 더 높은 기대 수익을 미리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가를 값으로 요구한다는 것이죠. 이 대가를 비유동성 프리미엄이라 부르고, Amihud는 그것이 여러 종목에 걸쳐(횡단면) 또 시간에 걸쳐(시계열) 실제로 관측된다고 보고했습니다.

The Strategy

이 논문의 핵심 기여는 “유동성이 낮다”는 막연한 느낌을 계산 가능한 숫자 하나로 바꾼 것입니다. Amihud는 종목마다 하루 절댓값 수익률을 그날의 거래대금으로 나눈 값을 평균 내어 비유동성 지표(ILLIQ)로 삼았어요. 직관은 단순합니다. 적은 돈으로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종목일수록 이 비율이 커지고, 그만큼 거래 충격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 지표는 호가 데이터 없이 일별 수익률과 거래량만으로 구할 수 있어,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유동성 대용치가 되었습니다.

전략의 뼈대는 이 지표로 종목을 줄 세우는 것입니다. ILLIQ가 높은(거래가 어려운) 종목 묶음과 낮은(거래가 쉬운) 종목 묶음의 이후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식이에요. 개별 종목의 우연이 아니라, 유동성으로 정렬한 집단 사이의 체계적인 수익률 차이를 보려는 설계입니다. 이 차이를 사고파는 형태로 옮기면 비유동 종목을 사고 유동 종목을 파는 롱-숏 구조가 되고, 유동성은 수익률을 설명하는 하나의 팩터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한 가지 더, 논문은 종목 간 비교(횡단면)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마르는 국면도 함께 살폈습니다. 시장의 기대 비유동성이 높아지면 이후 요구 수익이 올라가고, 반대로 예상 못 한 유동성 고갈이 닥친 그 순간에는 값이 밀려 내려간다는, 방향이 엇갈리는 두 효과를 구분한 것이 이 논문의 또 다른 축이에요.

Reality Test

표본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종목 기준 1964년부터 1997년까지, 총 408개월(약 34년) 입니다. 종목 특성은 1963–1996년 자료로 계산했어요. 이 구간에서 ILLIQ는 기대 수익에 양(+)의, 그리고 통계적으로 매우 뚜렷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횡단면 회귀에서 비유동성 계수는 전체 기간 약 0.162(t값 약 6.55) 였고, 1월 효과를 걷어낸 뒤에도 약 0.126(t값 약 5.30) 로 살아남았습니다. 두 하위 구간(1964–1980, 1981–1997)에서도 계수는 각각 약 0.216·약 0.108로 모두 유의하게 양이었어요. 다만 이 숫자들은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관계라는 점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시계열 쪽 발견도 함께였습니다. 시장 전체의 기대 비유동성이 높아지면 그 뒤 주식의 초과 기대 수익이 올라갔고, 반대로 예기치 못한 유동성 고갈이 닥친 달에는 값이 밀려 내려갔습니다. 또 이 효과는 소형주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 오래된 소형주 효과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유동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어요.

발표 이후 검증은 엇갈립니다. 국제적으로는 Amihud·Hameed·Kang·Zhang(2015)이 45개국 자료에서 비유동 종목이 유동 종목을 앞선 월평균 프리미엄을 동일가중 약 0.80%, 시가총액가중 약 0.49% 로 보고하며 프리미엄이 나라 밖에서도 대체로 관측된다고 했습니다. 반면 시간이 흐르며 약해졌다는 지적도 강합니다. Ben-Rephael·Kadan·Wohl(2015)은 특성 기반 유동성 프리미엄이 1980년대 중반까지는 크고 견고했지만 이후로는 작고 부차적인 수준으로 줄었고, 최근에는 가장 작은 종목을 빼면 통계적으로 0과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어요. “실재했으나 시간과 시장에 따라 크기가 크게 달라진다”가 균형 잡힌 요약입니다.

프리미엄의 역설: 거래비용 관문을 지나면 손에 남는 몫이 크게 줄어듭니다 (개념 도식).

Pain Points

가장 뼈아픈 역설은, 이 프리미엄이 가장 잡기 어려운 종류라는 점입니다. 프리미엄의 원천이 곧 “거래가 어렵다”는 사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프리미엄이 큰 종목일수록 사고파는 순간의 가격 충격과 호가 스프레드가 크고, 바로 그 거래비용이 종이 위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습니다. Amihud·Mendelson(1986)의 원래 논리부터가 “주식 값에는 미래에 치를 거래비용의 현재가치가 미리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라, 프리미엄과 비용은 애초에 한 몸입니다.

두 번째로, 이 관계는 시장 전체가 아니라 가장 작고 거래가 뜸한 종목 구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Ben-Rephael·Kadan·Wohl(2015)에 따르면 최근으로 올수록 유동성이 유의하게 값이 매겨지는 곳은 사실상 최소형 종목뿐이에요. 그런데 이런 종목은 개인이 원하는 물량을 원하는 값에 담기가 특히 어렵고, 급히 팔아야 할 때 제값을 못 받을 위험이 큽니다. 회전율을 낮게 유지하며 오래 붙들 수 있어야 프리미엄에 손이 닿는데, 정작 유동성이 낮은 자산일수록 붙들고 견디기가 더 힘듭니다.

세 번째로, 실행 격차입니다. 백테스트에 찍히는 45개국 월 약 0.80% 같은 숫자는 기관 수준의 체결 조건에서, 그리고 비용을 빼기 전 총수익으로 계산된 값이에요. 개인이 소형·저유동 종목을 실제로 사고팔 때 부담하는 스프레드와 충격을 빼고 나면, 총수익과 순수익의 간극이 논문 숫자보다 훨씬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이 시대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는 데이터 스누핑 성격의 위험까지 겹치면, 순수하게 손에 남는 몫은 더욱 얇아집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논문은 이 사이트가 유동성과 거래비용을 하나의 위험으로 다룰 때 근거로 삼는 글입니다. 종이 위 수익률과 실제 계좌 수익률이 왜 벌어지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소형주 효과나 모멘텀처럼 회전율이 높은 다른 팩터 노트를 읽을 때도 함께 떠올려 두면 좋아요.

The Verdict

비유동성 프리미엄은 실재했고, 여러 나라에서 반복 관측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존재가 곧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수익을 뜻하지는 않아요. 프리미엄을 만들어 내는 불편함 그 자체가, 그것을 얻는 일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프리미엄이 살아 있는 자리는 대개 가장 작고 거래가 어려운 종목 구간이라,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얼마 없을 수 있습니다.

거래가 어려운 자산을 오래 붙들고 값이 마르는 국면까지 견디는 일은 특히 힘듭니다. 그 인내가 Buy and Hold보다 정말로 쉬운지가 진짜 질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