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승자가 계속 이기는 이유
최근 오른 주식이 조금 더 오르고, 내린 주식이 조금 더 내리는 경향을 정식으로 기록한 논문입니다.
In Plain Terms
모멘텀은 “최근에 오른 것이 조금 더 오르고, 최근에 내린 것이 조금 더 내리는 경향”에 기대는 아이디어입니다. 직관적으로는 추세를 따라가는 것과 비슷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개별 종목의 절대적인 방향이 아니라 다른 종목들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 순위예요. 지난 몇 달 동안 시장에서 남들보다 많이 오른 종목을 “승자”, 많이 내린 종목을 “패자”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이 논문은 그 경향이 특정 종목의 우연한 뉴스가 아니라 미국 주식 전체에서 규칙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여러 기간 조합에 걸쳐 정식으로 기록한 초기 대표 연구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모멘텀 팩터”라고 부르는 것의 학문적 출발점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The Strategy
전략의 뼈대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형성 기간(formation, lookback) 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6개월 동안의 누적 수익률로 모든 종목을 줄 세우는 거예요. 저자들은 과거 3·6·9·12개월이라는 네 가지 되돌아보기 창을 사용했습니다. 이 순위를 기준으로 상위권을 승자, 하위권을 패자로 나눕니다. 논문은 종목을 10개 분위(decile)로 쪼갠 뒤, 가장 성과가 좋은 최상위 분위를 사고(롱) 가장 나쁜 최하위 분위를 파는(숏) 방식을 씁니다.
핵심은 이 포트폴리오가 승자 매수 − 패자 매도를 동시에 하는 자기자본이 들지 않는(zero-cost) 구조라는 점이에요. 순매수 금액이 이론상 0이 되도록 짜서, 시장 전체가 오르내리는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상대적 순위” 그 자체의 프리미엄만 뽑아내려는 설계입니다. 구조 자체가 상위와 하위를 함께 다루는 롱-숏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게 뒤의 이야기에서 중요해요.
보유 기간(holding, K) 도 3·6·9·12개월로 나눠서, 형성 기간 4가지 × 보유 기간 4가지 = 총 16개 조합(J/K)을 전부 시험했습니다. 순위를 매기고 나서 곧바로 담지 않고 1주일을 건너뛰는(skip-a-week) 세부 처리도 넣었는데, 이는 아주 단기의 가격 반전(bid-ask 반동, 단기 되돌림)이 결과를 오염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한 장치예요. 경제적 직관은 시장이 정보를 즉시 완전히 반영하지 않고 천천히 과소반응(underreaction) 하기 때문에, 이미 드러난 상대 강도가 몇 달 더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는 정보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된다는 단순한 효율적 시장 가설과 긴장 관계에 있었고, 그래서 논문 제목에도 “시장 효율성에 대한 함의”가 붙어 있어요.
Reality Test
논문의 표본 기간은 미국 NYSE·AMEX 상장 종목 기준 약 1965년부터 1989년까지입니다. 이 25년 구간에서 시험한 16개 J/K 조합이 모두 양(+)의 평균 수익을 냈습니다. 조합별 월평균 초과수익은 대략 월 0.3%–1.3% 범위였는데, 되돌아보기 기간이 길수록(6·9·12개월) 대체로 강했고 형성 3개월짜리 짧은 조합은 이보다 눈에 띄게 약했어요(모두 거래비용을 빼기 전 총수익 기준).
가장 널리 인용되는 대표 조합은 6개월 형성 / 6개월 보유입니다. 이 롱-숏 포트폴리오는 월 약 1%(t값 약 3.07) 수준의 초과수익을 냈고, 형성 이후 12개월 동안 누적으로 약 9.5%(사건시간 기준) 가량 쌓였습니다. 논문은 이와 별개로, 매달 재구성하는 상세 전략이 연 약 12%(12.01%) 의 복리 초과수익을 냈다고 보고했어요. 16개 조합 중 성과가 가장 강했던 것은 12개월 형성 / 3개월 보유 조합으로 월 약 1.31% 였습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이라는 점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단서는, 형성 후 첫해에 벌어들인 초과수익의 일부가 그 뒤 2년에 걸쳐 되돌려진다(반전) 는 점입니다. 즉 모멘텀은 무한히 이어지는 힘이 아니라 중기 구간에 국한된 현상이에요.
발표 이후 검증도 비교적 잘 버틴 편입니다. 저자들 스스로 후속 연구(2001)에서 약 1990–1998년 표본에 대해 다시 확인했을 때, 모멘텀이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큰 크기(6/6 기준 월 약 1.39%)로 지속되어 데이터 스누핑이나 우연이라는 반론을 상당히 방어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Rouwenhorst(1998)는 12개 유럽 국가에서, Griffin 등(2003)은 조사한 39개 시장 중 31개에서 양의 모멘텀을 확인했고, Asness·Moskowitz·Pedersen(2013)은 여러 국가와 자산군에 걸쳐 모멘텀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2000년대 이후 미국 등 일부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지적도 함께 존재하니, “여전히 살아 있으나 원 논문만큼 크지는 않을 수 있다”가 균형 잡힌 요약이에요.
Pain Points
(1) 회전율과 거래비용. 모멘텀은 순위가 자주 바뀌어 회전율이 구조적으로 높습니다. 그만큼 거래비용과 세금에 특히 취약해요. Lesmond·Schill·Zhou(2004)는 아예 모멘텀 수익이 “환상(illusory)“이라고 주장했는데, 큰 모멘텀 수익을 만들어 내는 종목들이 하필 거래비용이 가장 비싼 소형·저유동성 종목이라서, 잦은 매매 비용을 빼고 나면 실현 가능한 순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반대편에서 Frazzini·Israel·Moskowitz는 대형 기관의 실제 체결 데이터(약 1998–2011년, 19개 선진국 시장)를 써서 현실 거래비용이 학계 추정치의 10분의 1 미만일 수 있고 모멘텀은 상대적으로 확장성이 큰 편이라고 반박했어요.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다만 개인에게는 기관 수준의 체결·수수료 조건이 없다는 점에서, 총수익과 순수익의 간극이 논문 숫자보다 훨씬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게 핵심 pain point입니다.
(2) 모멘텀 크래시. 더 무서운 건 꼬리 위험이에요. 모멘텀은 평소 꾸준히 벌다가, 폭락 뒤 시장이 급반등할 때 짧고 깊게 무너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Barroso·Santa-Clara(2015)의 기록에 따르면 롱-숏 모멘텀은 1932년에 두 달 만에 약 −91.6%, 2009년에는 석 달 만에 약 −73.4% 의 손실을 냈습니다. Daniel·Moskowitz(2016)도 약 1927–2013년의 한 세기 데이터에서 가장 큰 지속적 붕괴가 1932–1939년과 2009–2013년의 시장 반등 국면에 몰려 있었음을 보였어요. 이 최대낙폭은 특정 위기 국면의 롱-숏 포트폴리오에서 측정된 값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강한 신호”의 뒷면에 이런 급락 위험이 상시 깔려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합니다. 두 연구 모두 변동성에 맞춰 노출을 조절하면 붕괴를 상당히 줄이고 샤프지수를 거의 두 배로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이는 개인이 실시간으로 실행하기엔 만만치 않은 관리 기법이에요.
(3) 롱온리 ETF와 논문의 차이. 마지막으로, 개인이 실제로 접근하는 모멘텀 ETF는 대부분 숏(패자 매도) 없이 승자만 사는 롱온리 상품입니다. 논문이 측정한 프리미엄은 승자와 패자를 동시에 다루는 롱-숏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 롱온리는 시장 방향에 그대로 노출되고 패자 숏에서 나오는 수익 성분이 빠집니다. 즉 백테스트에 찍힌 논문의 숫자를 롱온리 상품이 그대로 재현할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성격이 다른 전략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해요.
How It Connects Here
같은 “추세” 아이디어를 개별 종목 간 비교가 아니라 한 자산의 과거 대비 현재로 보는 시계열 모멘텀 노트, 그리고 여기서 다룬 급락 위험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모멘텀 크래시 노트가 이 논문의 자연스러운 후속입니다. 두 노트 모두 “신호는 진짜인데, 그래서 개인이 이걸 끝까지 버틸 수 있는가”라는 같은 질문 위에 서 있어요.
The Verdict
모멘텀은 학문적으로 가장 견고하게 반복 검증된 이례 현상 중 하나이고, 발표 후와 국제 시장에서도 대체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강한 신호가 곧 쉬운 수익은 아닙니다. 논문의 월 약 1%는 거래비용 이전, 특정 표본, 롱-숏 구조에서 나온 총수익이라는 단서가 겹겹이 붙어 있어요.
개인의 손에 들어오면 높은 회전율에 따른 비용, 세금, 그리고 두 달에 −90%를 낼 수도 있는 급락 위험이 그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갉아먹습니다. 실제로 잡을 수 있는 상품은 대개 성격이 다른 롱온리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신호의 견고함과 별개로, 감정적으로나 실행 면에서나 개인에게는 단순 보유보다 오히려 더 버티기 어려운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노트의 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