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베타 하나로는 부족했다

시장 베타만으로 수익률 차이를 설명하려던 오랜 믿음에, 크기와 가치가 더 중요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논문입니다.

1992Cross-Sectionreadingintermediate
크기와 가치라는 두 축으로 종목을 나눠 수익률 차이를 바라보는 틀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오랫동안 학계는 “위험이 큰 주식일수록 더 많이 번다”는 생각을 시장 베타 하나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베타가 높으면 기대 수익률도 높아야 한다는 CAPM의 단순한 그림이었어요. 이 그림에서는 회사가 크든 작든, 싸든 비싸든, 오직 시장과 함께 얼마나 출렁이느냐만 수익률을 결정합니다.

이 논문은 그 그림이 데이터와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종목 사이의 평균 수익률 차이를 실제로 갈라놓은 것은 베타가 아니라, 회사의 크기(작은 회사인지 큰 회사인지)와 싼 정도(시가 대비 장부가가 높은지 낮은지)였어요. 위험을 오직 베타로만 재려던 오래된 습관에 큰 균열을 낸, 이후 팩터 연구의 출발점이 된 논문입니다.

The Strategy

먼저 분명히 해 둘 게 있어요. 이 논문은 “이걸 사라”는 매매 전략이 아니라, “종목 간 평균 수익률 차이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를 묻는 자산가격결정(asset pricing) 연구입니다. 저자들이 제안한 것은 매매 신호가 아니라, 수익률을 설명하는 틀(모형) 그 자체예요.

방법의 뼈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종목을 크기(시가총액)와 시가 대비 장부가(book-to-market, BE/ME) 라는 두 축으로 정렬해 여러 묶음(포트폴리오)으로 나누고, 각 묶음의 이후 평균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이에요. 다른 하나는 매달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베타, 크기, 가치, 레버리지, 이익-주가 비율 같은 여러 변수에 회귀시키는 Fama–MacBeth 방식의 월별 횡단면 회귀입니다. 매달 회귀 기울기를 구한 뒤 그 기울기들의 시계열 평균을 내서, 어떤 변수가 수익률 차이와 꾸준히 이어져 있는지를 봅니다.

핵심 주장은 단순합니다. 이 두 변수, 즉 크기와 시가 대비 장부가만으로도 베타·레버리지·이익-주가 비율이 담고 있던 설명력을 대부분 흡수해 버린다는 것이에요. 특히 크기의 영향을 걸러내고 나면 베타와 평균 수익률 사이의 관계가 거의 평평(flat) 해져서, 베타를 유일한 설명 변수로 써도 수익률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이 결과가 정보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된다는 단순한 효율적 시장 가설과 CAPM에 던진 질문 때문에, 논문은 학계의 오랜 논쟁을 촉발했어요.

Reality Test

표본은 미국 NYSE·AMEX·NASDAQ의 비금융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한 약 27년(1963년 7월–1990년 12월) 구간입니다. 이 기간에서 베타는 크기의 영향을 통제하고 나면 평균 수익률과 사실상 아무 관계가 없었어요. “위험이 큰 주식이 더 번다”의 척도로 여겨지던 베타가, 정작 수익률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 겁니다.

반대로 크기와 가치는 뚜렷했습니다. 종목을 시가 대비 장부가로 정렬하면 평균 월수익률이 가장 낮은 묶음의 약 0.30%에서 가장 높은 묶음의 약 1.83% 로 올라갔고(차이 약 월 1.53%), 이 차이는 가장 작은 회사와 가장 큰 회사 사이의 크기 스프레드(약 월 0.74%)의 약 두 배였습니다. 크기를 같은 수준으로 맞춘 채 가치만 놓고 봐도, 한 크기 묶음 안에서 저평가·고평가 종목의 월수익률 차이가 약 0.99%(1.63% − 0.64%) 에 이르렀어요. 다만 이 숫자들은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이라는 점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발표 이후 검증은 엇갈립니다. 가치 프리미엄(가치 프리미엄)은 국제적으로도 관찰되며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크기는 눈에 띄게 약해졌어요. Fama·French 자신들의 후속 연구(2020)는 약 1963년 7월–2019년 6월 구간을 반씩 둘로 나눴는데, 대형 가치주의 월평균 프리미엄은 전반부(1963–1991) 약 0.36%에서 후반부(1991–2019, 대체로 표본 밖) 약 0.05% 로, 소형 가치주는 약 0.58%에서 약 0.33% 로 줄었습니다. 더 넓게 보면 McLean·Pontiff(2016)는 97개의 예측 변수를 다시 검증해, 논문이 쓴 표본 밖에서 평균 수익이 약 26%, 논문 발표 이후에는 약 58% 줄었다고 보고했어요. 발견이 알려지고 나면 프리미엄이 얼마간 깎여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존재하나 원 논문만큼 크지는 않고, 크기 쪽은 특히 희미해졌다”가 균형 잡힌 요약이에요.

베타 하나로 설명하던 틀에서 크기·가치 두 축으로 갈아타는 전환 (개념 도식).

Pain Points

(1) 설명 모형과 실제 수익의 간극. 논문이 보여준 것은 집단의 평균 차이이지, 특정 계좌가 특정 기간에 손에 쥘 수익이 아닙니다. 모형 안에 존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비용과 세금과 인내를 감안한 현실 계좌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게다가 백테스트 위에서 잘 맞는 두 변수를 골랐다는 점에서 데이터 스누핑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기도 어렵습니다.

(2) 긴 부진과 깊은 낙폭. 가치에 기운 포트폴리오는 수년에서 십수 년씩 시장에 뒤처지는 구간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특히 2007년 무렵부터 2020년 중반까지의 가치주 부진은 그 정점이었는데, 장부가 대비 저평가주를 사고 고평가주를 파는 롱-숏 가치 팩터(HML)는 2020년 중반 기준으로 성장주 대비 약 55% 에 이르는, 이 팩터 역사상 가장 깊고 가장 길었던 최대낙폭을 냈습니다. “작고 싼 쪽이 평균적으로 더 벌었다”는 문장의 뒷면에는 이런 장기 인내 비용이 늘 깔려 있어요.

(3) 회전율·거래비용과 롱온리의 차이. 크기와 가치로 정렬한 포트폴리오는 주기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므로 회전율이 생기고, 그만큼 거래비용과 세금에 노출됩니다. 특히 소형·저유동성 종목일수록 매매 비용이 커져 총수익과 순수익의 간극이 벌어져요. 또한 개인이 실제로 접근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승자만 사고 패자는 팔지 않는 롱온리 ETF 입니다. 논문이 측정한 프리미엄은 저평가주를 사고 고평가주를 파는 롱-숏 구조를 전제로 하므로, 롱온리 상품이 그 숫자를 그대로 재현할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논문은 이 사이트가 “크기”와 “가치”를 다룰 때 쓰는 공통 언어이고, 바로 다음 해에 나온 세 팩터 모형과 이후의 수많은 팩터 연구가 모두 이 결과 위에 서 있습니다. 같은 “이례 현상은 진짜지만 개인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하는 모멘텀 노트와 나란히 읽으면, 설명 모형과 매매 전략은 다르다는 이 사이트의 태도가 더 또렷해져요.

The Verdict

이 논문은 수익률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 이정표입니다. 베타 하나로는 부족했고, 크기와 가치가 그 빈자리를 훨씬 잘 메웠어요. 하지만 “베타보다 크기와 가치가 낫다”는 발견이 곧 “개인이 단순 보유를 이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프리미엄은 발표 이후 얼마간 깎였고, 크기 쪽은 특히 희미해졌으며, 가치 쪽은 2020년 중반까지 약 55%에 이르는 역대급 부진을 견뎌야 했습니다.

작고 싼 쪽에 기울인 포트폴리오는 이런 긴 부진과 깊은 낙폭, 그리고 롱온리 상품이라는 현실의 간극을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 그 인내가 Buy and Hold보다 정말로 쉬운지가 진짜 질문이에요.